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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한땀 한땀 신발에 혼을 불어넣다.

고준규님의 슈혼

소개 부탁드립니다.
60년생 쥐띠입니다. 17살 때부터 이 일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보조로 작업을 하다가 기술을 배우게 됐는데 그전에는 기술을 빨리 알려주지를 않았어요. 양화점에 딱 들어가면 선생이 견습생으로 상, 중, 하 세 명을 데리고 작업을 하거든요. 딱지는 좀 빨리 뗐죠. 같은 사람이라도 군대 가면 좀 빠른 놈이 있고 또렷또렷, 똔발똔발한 놈이 있고 그런 식으로 사회생활도 똑같아요. 처음에 신당동에 있던 보스톤 양화점에서 일을 했습니다.
이 업종이 월급제가 아니라 도급제고 일을 어떻게 잘 해놓고 갔는지가 문제지 출근은 일찍 하나 늦게 하나 상관이 없어 자유분방했지요. 당시 나이가 어렸어도 일을 잘해서 좀 대접을 받았어요. 그때 돈을 좀 모아놨으면 고생을 덜 했을 텐데 하하, 참 주마등같이 스치네요. 똔발똔발한 놈들이 사실상 돈을 못 모읍니다. 총각 때인데 뭐가 무섭겠습니까? 한 달에 두 번 15일마다 돈을 받으니 돈 떨어질 시간이 없지 않습니까?
 
세진제화에서 슈혼으로
상호가 세진제화. 인간세世, 나아갈진進인데 인간 세상에 나가기 너무 힘드네요. 슈혼이란 상호는 딸이 지어준 이름인데 신발에 혼을 불어넣다라는 뜻이에요. 슈혼이름으로 1층에 쇼룸을 꾸며놓고 홈페이지를 만들었더니 구경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관심을 많이들 가져주시네요. 2층은 작업공방이고 1층이 쇼룸인데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가게세가 지금보다 더 오르면 또 나갈 수밖에 없죠. 우리나라에서 수제화 장인으로 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에요.
사람을 고용하면 그 사람 생계를 책임을 져야 해요. 나는 못 먹을망정 그 사람을 책임을 져줘야 하는데 제가 그런 위치가 안 되는 거죠. 기술로서는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들이 업종을 떠나 버리니까 마음이 아프고 참 서글퍼
요. 어느 정도 수량이 되어야 모시고 올 수 가 있는데 그게 안 돼서 안타깝죠. 그래서 혼자 한 지가 십칠 년 됐네요.

장사의 기술
사람이 본마음으로 양심을 속이지 않고 하루하루 살면 멋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나 항상 그런 생각을 갖고 작업을 해요. 또 어떠한 경우에도 좋은 재료를 선택을 해야 신발이 부드럽고 소프트하니 항상 발이 편안한거지, 가식적으로 작업을 해가지고 소비자한테 신긴다는 것은 양심을 파는 거예요. 돈을 뭐 트럭으로 싣고 와서 하라고 해도 저는 그런 짓은 못해요.
같은 기술자라 하더라도 똑같은 재료가지고 똑같이 만들 수는 없어요. 그 사람의 손에 따라서, 이게 요즘 아이들 말로 간지라고 해야 하나요? 퀄리티 라고 해야 하나요? 그게 기술이고 그 사람만의 손재주, 노하우죠. 머릿속에서 이 신발은 어떻게 해야 얄쌍하니 예쁘게 착 나오고 그런 것이 감정에서 나오는 거 같아요. 똑같은 기술자라도 신발이 달라요. 진짜 손재주가 있는 사람하고 그냥 엇대기로 해놓은 사람하고 차이점이 확실하게 있어요. 타고난 어떤 끼라는게 있지 않나 생각을 해요. 결론은? 네. 재능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확실하게.
 
신발을 깔끔하게 신고 다니면 마음도 깔끔하다. 신발이 지저분하고 그러면 마음도 지저분해질 수 있다, 흐트러질 수가 있다 이거죠. 그 지저분하다는 게 아니라 흐트러진다, 마음도. 근데 신발을, 머리나 신발을 깔끔하게 딱 신고 다니면 마음, 자세가 높게 보이고 다른 사람도 쳐다보게 된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