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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이란 없다, 옷 수선이 인생수선

김화자님의 왕수선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이름이 김화자예요. 나이 많이 먹었어요. 54년생 이예요.
저 여기 문 열은 게 몇 개월 안 됐어요. 지난 해 11월에 냈으니까. 결혼해서 여즉 옷만 만졌어요. 우리 아저씨가 양복점을 했거든요. 아이들이 크면 대학을 서울로 가야해서 우리 애 6학년 때 올라오게 됐는데 우리애가 지금 마흔 네 살이네요.
IMF 오기 전까지는 맞춤옷이 잘 됐는데, 서울 오니까 안 되더라고요. 근데 만질 수 있는 건 이 옷 밖에 없고. 그래서 잠깐만 하자 했는데 이게 평생직업이 되더라고요. 남편이 세탁소를 운영하고 저는 그 안에서 옷 수선을 같이 한 거죠. 세탁소는 큰돈은 못 버는데 집세 못주고 그런 일은 없으니 그냥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직업이에요.

내 삶을 수선하는 사랑방 ‘왕수선’
우리아저씨랑 3년 전에 일을 그만 뒀었는데 놀던 사람이 노는 거지 일하던 사람들은 그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요새는 코로나 때문에 나다닐 수도 없으니 맨날 집에서 늦게까지 자고. 밥 한 숟갈 먹고. 텔레비전 보고. 또 누워서 또 자고. 그러니까 머리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그래서 혼자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신발, 이불, 오리털 같은 거 세탁도 하고 옷 수선 하는 일을 하는 거죠. 내가 미싱 하는 걸 워낙 좋아하거든요 40년 수선 일을 했는데도 싫증이 안 나는 거예요. 내가 이거를 안했으면 또 어쨌을까? 그런 생각을 하죠. 그래서 애들한테도 ‘야, 사람은 자기 좋아하는 일 한 가지는 있으니 어떤 일을 하든 저 좋아하는 일을 시켜라.’그래요.
여기 나오면 마음도 편하고 내가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어쨌든. 나오면 좋아요.
 
가좌동에 이사 와서 수선집 한 지가 얼마 안됐어요. 적적하고 외롭기도 하고. 근데 또 일 잡고 있으면 그다지 외로울 시간은 없어요. 여기에 집중을 하고 여기에 빠져들으니까. 그러니까 항상 테레비는 틀어놓고 있어요. 사람 목소리 듣느냐고. 코로나 때문에 손님들 오셔도 전처럼 커피 한잔 안마시고 그냥 자기 볼 일만 보고 가요. 어떤 손님은 맡길 적에는 들어오는데 찾아갈 적에는 저 밖에서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세탁소에서 일하다보니 평생 작업복만 입고 살았는데 이러다 끝나겠다 싶어서 가게 나와서라도 잘 입어야 되겠다 생각하고 얼마 전부터 챙겨 입게 됐죠. 모자, 마스크, 원피스, 외투, 지금 입은 거 모두 제가 만들었어요.
 
장사의 기술
그냥 여기 나오면 일단 이쁘게, 손님 마음에 들게 잘 해주고 싶죠. 그래서 뭐가 조금 저기하면 다시 뜯어서 보고. 내 마음에 들어야 손님 마음에도 들으니까.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해요.
수선할 때 제일로 중요한 게 표시를 잘해야 되요. 표시를 잘해야 옷도 예쁘게 빠지거든요. 옷의 완성은 수선이라고 봐요. 아무리 사람들이 비싸고 좋은 옷을 사와도 오점이 있거든요. 거기만 잡아주면 맞춤보다도 더 예쁘게 옷이 나와요. 진짜 대충이란 건 없어요.